“젤다: 야생의 숨결”의 해적판을 받아 스팀 덱에서 돌리는 것 등을 포함해서 게임 에뮬레이션 세계를 깊이 탐험한 적이 있다면 20년 된 ROM해킹 웹사이트를 한 번쯤 마주친 것이 있을 것이다. 특히나 다른 나라에 공개되지 않은 특이한 일본 RPG 게임의 번역판을 찾아 헤맸다면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ROM해킹은 과거 수백 가지 게임의 영어 번역판 등을 제공한 웹사이트였으며, ROM을 해킹해 게임을 다른 언어로 변경했다.
이외에도 1990년대에 존재했던 ‘슈퍼 모나코 그랑프리 세가 제네시스 메가 드라이브’에서 드라이버를 아일톤 세나에서 샤를 르클레르나 막스 베르스타펜 등으로 수정한 해킹 버전도 찾을 수 있는 곳이었다.
이제 ROM해킹은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진행해 ROM 뉴스만 운영하고 모든 제출 및 소셜 미디어를 삭제하고 약 12GB에 달하는 기존 컨텐츠는 후대를 위한 보존 목적으로 인터넷 아카이브에 토렌트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에뮬레이션이나 보존 등에는 큰 관심이 없는 기업들이 이러한 플랫폼을 도둑으로 간주해 더 이상 애정하지도 않는 자산에 대해 법적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PCSX2 같은 일부 에뮬레이션 소프트웨어는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인기를 끌고 있으나 그 외에는 대부분의 에뮬레이션 웹사이트가 저작권 소송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시대의 끝이 도래하다.
ROM해킹 대변인은 입장문에서 “아주 훌륭한 20년이었지만 이제 여러 이유로 운영을 축소할 때가 왔다. 지금까지 ROM해킹 웹사이트는 목표했던 모든 것을 달성하고 그 이상을 성취했다. 우리는 최초로 해킹 커뮤니티와 번역 커뮤니티를 결합했다. 이전에 존재했던 다른 롬 해킹 웹사이트도 추월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ROM 해커를 모으기도 했다. 또한 학습 자료를 제공하고 더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접근성을 제공했다. 우리는 ROM 해킹을 지하 세계 다크웹 같은 존재에서 주류로 끌어올렸다. 우리는 후대를 위해 더 쉬운 길을 닦았다. 의심의 여지 없이 이 웹사이트는 ROM 해킹이라는 분야를 영구적으로 변화시켰다. 이러한 성과를 기억할 수 있도록 유산을 남기고자 한다.”
이 곳에서 전체 입장문을 읽을 수 있지만 뒷내용에는 배신당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마치 ROM해킹 세계의 카이사르 같다. 그동안 ROM해킹을 지지했던 팬들은 팀의 노고를 칭찬하고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슬픔을 애도했다. 몇몇 사용자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이 곳은 단지 ROM 해킹뿐만 아니라 게임의 팬 번역판을 얻을 수 있는 곳이었다. 이 웹사이트가 중단되어 슬프지만 그동안의 ROM해킹이 후대를 위해 보존된다는 사실에 기쁘다.”
“인터넷에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을 볼 때면 마음이 이상하다. 그렇다고 내가 나이가 엄청 많은 것도 아니다. 나는 현재 27세이고 지난 22년 동안 인터넷을 이용했지만 그동안 즐겨 사용했던 웹사이트가 막을 내릴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인터넷 아카이브에 계속 존재한다니 다행이다. 역대 가장 큰 홈브루 웹사이트였던 곳에 마지막 인사를 남긴다.”
“그동안 웹사이트를 운영해주어서 고맙다. 당신의 노력 덕분에 우리는 옛날 게임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었으며 다른 방법으로는 접할 수 없던 보석 같은 게임을 발견하게 되었다. 편히 쉬세요. 이제는 우리가 이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도록 보호할게요.”
이미 토렌트 파일에는 수백명의 시드가 존재해 수천 명의 모더의 작업물을 보존 중이지만 더 이상 게임의 역사를 우연히 탐험하던 이들이 찾지는 못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일을 하던 사람들은 작업물을 올릴 곳을 잃게 되었다.
아직 다운로드는 가능하지만 모든 내용은 읽기 전용 모드로 변경되었다. 기존 다운로드 링크도 컨텐츠가 “지원되는 한” 작동할 예정이며 포럼도 활성화된 상태로 유지된다. 그러나 언제까지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미지 출처: 미드저니